줄거리
1976년, 미국의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여느 경찰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두 명의 경찰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이미 이러한 일이 너무 흔한 듯 경찰은 절차대로 물 흐르듯이 사건을 조용히 덮었습니다. 아이들의 엄마에게 돈을 주고 개인 연락처를 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교회에서 나온 교주의 은밀한 속삭임으로 일은 곧바로 마무리됩니다. 개인 승용차를 타고 마치 아무 일 없는 듯 경찰서를 빠져나가는 두 명의 신부.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경찰관의 뒷모습이 카메라에 함께 포착된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시간이 훨씬 흐른 뒤인 2001년, 기존 국장인 스튜어트가 퇴임을 앞두고 퇴임사를 하고 있는데 분위기는 자못 유쾌합니다. 곧 새로 부인된 신임 국장이 이곳 보스턴 글로부로 올 예정이라 그런지 ‘스포트라이트 팀’ 역시 이 새로운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많습니다. 그날 저녁, 스포트라이트 팀의 수장인 로비는 배런 신임 국장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로비는 결코 상대하기 쉬운 국장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느꼈습니다. 배런 국장이 첫 출근하는 날, 모두가 편집 회의실로 모였습니다. 첫 회의에 대한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친 후 신임 국장 배런은 게오건 신부 사건에 대한 후속 보도가 있었는지 물어봅니다. 영화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피의자 신분으로 등장하는 신부가 바로 게오건. 이미 영화의 시작 장면으로 등장했던 그날 피의자로 소환되었던 그 신부였습니다. 알고 보니, 지난 30년 동안 해당 신부는 80여 명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저질러 왔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배런의 이야기를 들은 브래들리는 탐타치 않아합니다. 왜냐하면 이곳은 카톡릭에 대한 절대적 지지와 믿음으로 사회의 모든 관계망들이 연결되어 있는 곳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배런이 신임 국장으로 맡게 된 첫 번째 기사로 됩니다. 물론, 스포트라이트 팀과 함께 말이다. 단순한 데일리 기사가 아닌 게 오건 신부 사건은 물론, 그들이 저질렀던 만행에 대해 가톨릭은 이를 알고 묵과했다는 사실과 가톨릭의 정신적 지주인 로 추기경의 인지 사실까지 밝혀내는 것이 이번 ‘스포트라이트 팀’이 맡게 된 새로운 미션이었습니다. 결코 쉬운 미션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사건을 팔수록 이번 사건은 단순히 몇 명의 개별 신부들의 ‘일탈’ 행위로만 비칠 만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는 것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말하는 브래들리의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마이클은 이와 관련된 사건을 맡았던 괴짜로 불리는 변호사 개러비디언을 찾아갑니다. 개러비디언은 훨씬 더 단호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미 교회가 윤리 위원회를 통해 그를 세 차례나 제소했던 터라 그는 자신을 관련 사건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해 이미 불신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였습니다. 쉽지는 않지만 스포트라이트 팀은 계속해서 관련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 나갑니다. 그러나 사건을 취재할수록 문제가 심상치 않음을 발견하는 팀원들. 교회의 신부가 아동을 성추행한 사건들이 생각보다 산발적으로 다발적으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들이 하나둘씩 발견됩니다. 사건의 진실은 조금씩 그 숨겨진 민낯을 하나씩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 어떤 드라마틱한 효과나 장면은 결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서서히 그 본모습을 조금씩 보여주는 것뿐이다. 그것은 더 잔인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영화 관람 포인트
실화를 재현하기 위해 영화가 선택한 방식은 현실 반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사건을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기 위한 과정만을 오롯이 담아냈고 그 어떤 것도 추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야 알게 된 정보들도 꽤 많았습니다. 그중, 대표적으로 스포트라이트 팀은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철저히 파헤친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에 퓰리처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실화 기반임에도 관련 피해에 대한 세세한 묘사나 피해자들에 대한 언급들은 거의 전무합니다. 오직 진실을 좇기 위한 언론인들의 일상과 기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그들이 겪는 과정들에 초점을 맞춥니다. 다시 말해, 진실은 무엇이고 진실이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만을 오롯이 담았다는 점은 기존의 실화 바탕 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리뷰
오직 정제된 진실만을 뉴스로 내보낼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혼자가 사는 세상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세상인 것만큼 불협화음은 오직 피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일로만 인식되어야만 할까요.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그러한 일은 추악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우리의 평범한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는 사명감은 마치 누구나 왼쪽 가슴속에 꼭 품고 있는 사직서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꾸밈없는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결코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섣부른 판단입니다. 가짜뉴스가 판 치는 세상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오직 진실만을 좇아 언론의 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이들은 여전히 존재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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